[동숭동 활동천사] 함오연 _ 은퇴 후 자원봉사는 나의 힘

 

60세가 넘은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회사를 은퇴하고, 자식들 결혼도 시켜놓고 제 2 의 인생을 살겠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못다한 취미나 특기생활을 하며 노년을 보냅니다. 하지만 그냥 취미생활만 하면서 세월을 보내기엔 아직 에너지가 넘치는 분들이 많죠. 물론 자신을 위해서 멋지게 살 수 도 있지만 어떻게 하면 남은 생애를 조금 더 보람 있고, 다른 사람을 위해 살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는 분이 여기 있습니다.

따스한 열정이 느껴지는 함오연천사님

유월의 햇살이 제법 따가워진 어느 한 낮,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위치한 동숭동헌책방을 찾았습니다. 계단을 빙 돌아 내려서자 책장 한켠에서 옆집 아저씨처럼 편안한 모습의 함오연 활동천사님이 수줍은 듯 웃으며 저희를 맞아주었습니다. 인터뷰가 진행 될수록 함오연 활동천사님(이하 함천사님)은 아궁이 깊숙히 남아있는 은근한 불씨와 같이 따스한 열정이 느껴지는, 마침 오늘 입으신 트로피칼 오렌지색 티셔츠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분이었습니다. 1946년생, 올해 육십여섯. 함천사님은 아름다운가게 자원활동가로서 새로운 인생을 살고 계셨습니다.

함천사님은 건설업계에서 일했던 경력 때문인지 은퇴 후에도 여행과 공부 등 자신을 위한 시간들을 보내며 활발히 활동했습니다. 하지만 뭔가 늘 아쉬웠던 차에 마침 NPO(Non-Profit organization) 단체 희망제작소에서 하는 시니어 프로그램을 알게 되어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우연히 동숭동 헌책방 개원과 자원활동가 모집 광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인연

함천사님에게 자원봉사는 오래 전의 다짐과도 같은 일이었습니다.
48년 전 업무 차 방문했던 예멘. 당시 예맨은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33년간이나 독재를 하는 후진국에 무슬림 국가였지만 그곳에선 이미 NGO활동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특히 일본의 농업대학을 나온 젊은 사람들이 농사도 잘 안되고 일도 잘 안 하는 그 척박한 땅에 와서 무료로 작물법, 수로관계방법 등 여러 가지를 가르치는 것도 보면서 놀라게 됩니다.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재능을 아낌없이 주는 것을 보게됩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절대 잊을 수 없는 일은 인도 갔을 때 우연히 테레사 수녀를 본 일이었습니다. 그녀는 길거리에 시체처럼 누워있는 사람들한테 귀를 대보고, 입을 맞대며 살아 있는 사람을 찾아내 살려내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그는 세상에 진정으로 가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젊은 날 가슴 한 켠에 간직했던 가치 있는 일을 지금 동숭동헌책방에서 실천하고 있습니다.

생활의 변화를 가져온 자원활동

이 지하에서 무슨 헌책장사가 되겠냐 라는 마음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매일 손님이 찾아오고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진심으로 기뻐했습니다. 아마도 동숭동책방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닐까요? 그는 또한 자원봉사를 하면서 책을 사는 습관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나만 보고 없애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사람이랑 돌려 보자’ 라는 마음으로 책을 구입하고 기증할 책은 따로 박스에 보관한다고 합니다. 한번 읽고 버리는 것이 아닌 누군가가 또 다시 읽을 책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아름다운가게가 추구하는 진정한 의미의 나눔과 순환이었습니다. 함천사님은 이미 아름다운가게와 한 몸이 된 것 같았습니다.

요즘 함천사님에게 고민은 바로 책 정리라고 합니다. 누구나 책방에 들려 원하는 책을 찾을 수 있게 하고 싶고, 책에 대한 문의가 들어왔을 때 활동천사로서 잘 찾아주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그는 진심으로 아름다운가게와 매장을 찾는 손님, 자신을 위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함천사님을 뵈며 자원활동이 과연 퇴직자 분들의 생활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가장 큰 역할은 자원활동을 통해 규칙적인 리듬을 가지고 생활의 활력을 만들어 주고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새롭게 찾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젊은 활동천사들과의 교류를 통해서 새로운 것들을 접하고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스스로 많은 노력을 통해 가정과 사회에서 존재감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함천사님의 앞으로의 계획은 젊은 우리들에게 큰 도전을 주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살지는 모르겠지만 힘있을 때까지는 동숭동 헌책방에서도 계속 활동 할거고, 7월부터는 아름다운가게 활동처를 하나 더 늘릴 계획이에요. 그리고 이제 1학기만 더 다니면 방통대를 졸업하는데 지금 졸업논문 내고 난 후 뭔가 또 다른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어요.”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노년세대들이 함천사님과 같은 안정적인 사회생활을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관심과 실천이 더욱 필요합니다. 아름다운가게도 노년세대를 위한 다양한 자원활동 방법들과 방향을 제시하여 더 많은 세대들이 함께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더불어 사회 참여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함천사님께서 끝으로 말씀 해주신 애틋한 희망을 적으며 인터뷰를 마칩니다. 
 


 

“아름다운 가게에 더욱 많은 발전이 있었으면, 책기증이 더 늘어 났으면,
활동천사도 더 많이 늘어났으면…”

 

글.사진 : 정미영.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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