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활동콘텐츠공모전 수기부문 우수상

자원활동, 수원화성을 지키다 / 와우중학교 3학년 이푸르메
 
  “속보입니다! 지금 대한민국 국보 1호 숭례문에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소방인력이 출동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하지만 좀처럼 화재가 진화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 듯합니다.” 그 소식에 나는 얼이 빠졌다. 600년 세월의 모진 풍파를 꿋꿋하게 견뎌온 숭례문이라는 문화재가 단 5시간 동안의 화재로 인해 전소되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바로 현장체험학습을 쓰고 달려간 숭례문 방화사건 현장은 처참 그 자체였다. 지붕이 폭삭 내려앉아 잔뜩 뒤틀린 채 쓰라린 탄내를 풍기고 있는 저 노구가 과연 대한민국의 국보 숭례문이라고 하는 것일지,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해보아야 했다. 국화를 헌화하고 땅바닥에 엎드려 대성통곡하는 이들도 적잖이 보였다. 아수라장이 된 현장 한 가운데에서 그 광경들을 목격하고 하나의 결심을 하게 되었다. ‘더 이상 대한민국에 제 2의 숭례문을 만들지 말자!’
 

  나는 집으로 돌아와 우리 집 주변의 문화재를 지키기 위한 자원활동을 벌이기로 결심하고 그 일정표를 짜기 시작했다. 하루 한시라도 빨리 내 자원활동 계획을 실행에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내 뇌리에 지배적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 결과 나는 수원화성을 자원활동 현장으로 삼고 수원화성을 수호하게 되었다.
 
  수원화성 자원활동 첫째 날, 나는 수원화성의 현재 상태를 점검했다. 수원화성에는 관리 인력도 근무하고 있지 않았고, 정화 상태도 성곽 곳곳에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는 등 말이 아니었다. 건물들은 곳곳이 퇴색되어 나무 골조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고, 심지어는 부재가 뒤틀려 위태위태하게 보이는 문화재들도 적잖이 보였다. 수원화성은 말만 세계유네스코 문화유산이지, 사실상 노구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이대로 수원화성을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가는 성벽이 무너지든지, 문루 하나가 자빠지든지, 여튼 뭐 하나는 큰일이 터질 것 같았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수원화성은 벽돌과 돌을 혼합해서 지은 성인데, 성의 대부분을 지탱하고 있는 벽돌들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벽돌들이 깨지거나 제자리를 이탈하는 등 성의 유지 문제에 있어서도 허점이 보였고, 수원화성의 남문인 팔달문의 단청이 퇴색되고 망루 하나가 비정상적으로 기울어져 붕괴 위험이 있으며, 유사시 성 안과 밖의 비밀 출입로인 암문 하나가 심각하게 훼손되어 있는 것도 보였다. 문화재 수호 자원활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서 나는 컴퓨터를 켜고 곧바로 문화재청 이메일 주소로 수원화성의 문제점들을 빠짐없이 적어 보냈다.
 

  자원활동 셋째 날부터는 주로 수원화성에서 정화활동을 실시했다. 쓰레기를 완벽하게 수거하기 위해서 5.4km 정도 되는 성을 몇 바퀴나 빙빙 돌았다. 쓰레기를 줍느라 종량제 봉투 안에 담긴 쓰레기들과 같이 몇 바퀴고 성을 빙빙 돌았던 나의 마음도 묵직해졌다. 총 종량제 봉투 40여장을 소비하고 난 끝에야 수원화성은 비로소 ‘그때 그 시절’의 찬란했던 전성기를 다시 되찾을 수 있었다. 깨끗해진 수원화성은 문화재로써의 아름다움을 밤하늘의 조명과 함께 맘껏 뽐낼 수 있게 되었고, 그런 수원화성에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김치~!”를 외치며 구석구석 사진 찍는 모습을 보는 나는 덩달아 흐뭇해졌다.
 
 

▲ 수원화성의 모습 (출처 : 한국관광공사)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란 것이 있다. 유리창이 한번 깨지면 점점 깨지는 속도가 빨라진다는 뜻이다. 그간 수원화성의 상황을 딱 ‘깨진 유리창의 법칙’에 비유할 수 있을 법하다. 한 두 사람이 버린 쓰레기를 보고 다른 사람들이 연달아 쓰레기를 버리면서 더러워진 수원화성이 며칠간의 정화작업으로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해지자 수개월 동안 정화작업을 미뤄도 쓰레기가 생기지 않았으니 말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한 자원활동을 나는 중학교 2학년까지 총 7년 동안 계속해왔다. 물론 지금은 더 이상 자원활동을 하지는 않는다. 내가 처음에 수원화성 자원활동을 실시할 때 작성해두었던 수원화성의 관리상 허점들을 계속해서 문화재청에 신고해서였을까. 어느샌 가부터는 나보다 훨씬 체력도 좋으시고, 전문장비도 갖추신 전문 경비아저씨가 365일 밤낮으로 수원화성을 지키고 계셨다. 또한 단청이 퇴색될 대로 퇴색되어 회갈빛 목조부재를 그대로 드러내며 도심 한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던 팔달문도 해체보수에 돌입하여 단청칠을 다시한 뒤에 복구되었다. 거의 반쯤 쓰러져가던 망루도 해체보수가 시작되었고, 암문 역시 해체보수를 통해 원래대로 복구되었다. 과거 홍수로 파괴되어 흔적조차 사라졌던 수원화성 남수문과 남수문 일대의 성벽들도 복원되어 기존 성벽과 연결되었다. 수원화성은 이제 점점 아름다웠던 모습을 초월하여 건립 당시 옛날 옛 모습 그대로를 되찾아가고 있었다.
 
  자원활동이라는, 비록 보수는 없지만 내가 원해서 나 스스로가 하는 봉사활동을 통해서 여태껏 나는 수원화성을 지켰고 가꾸어왔다. 오늘날 가끔씩 수원화성으로 산책을 나갈 때면 파란색 청명한 하늘 아래 아름답게 가꾸어지고 있는 성곽의 너머 들녘을 바라보면 내가 무엇을 위해 보수도 받지 않고 열심히 뛰어왔는지,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지금의 수원화성은 단풍이 빙글빙글 돌아 떨어지는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 문화제로 시끌벅적하다. 옛날 옛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수원화성에는 그때 그 시절, 제왕의 행렬이 재현되고 있다. 사람들은 많이 몰렸고, 성곽은 각종 서치라이트를 받아 아름답게 빛난다. 나의 지난 6년, 자원활동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위 내용은 아름다운가게가 2015년 9월에 진행한 자원활동 콘텐츠 공모전 수상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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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원활동 콘텐츠 공모전 수기 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이푸르메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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